[1] 채무자의 사해의사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사해행위라고 주장되는 행위 이후의 채무자의 변제 노력과 채권자의 태도 등을 간접사실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채무자가 토지에 집합건물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던 중 이미 일부가 분양되었는데도 공정률 45.8%의 상태에서 자금난으로 공사를 계속할 수 없게되자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탁업법상의 신탁회사와 사이에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건물의 신축공사를 완료한 경우, 그 신탁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판단함에 있어 사해행위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나, 사해행위라고 주장되는 행위 이후의 채무자의 변제 노력과 채권자의 태도 등도 사해의사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다른 사정과 더불어 간접사실로 삼을 수도 있다.
[2] 채무자가 토지에 집합건물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던 중 이미 일부가 분양되었는데도 공정률 45.8%의 상태에서 자금난으로 공사를 계속할 수 없게 되자 건축을 계속 추진하여 건물을 완공하는 것이 이미 분양받은 채권자들을 포함하여 채권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자신도 채무변제력을 회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탁업법상의 신탁회사와 사이에 신탁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자금난으로 공사를 계속할 수 없었던 채무자로서는 최대한의 변제력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이었고 또한 공사를 완공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판단되므로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406조[2] 민법 제40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다31940 판결(공2001상, 236)
【전 문】
【원고,피상고인】 동양산업 주식회사 외 6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수봉)
【피고,상고인】 파산자 주식회사 코레트신탁 (변경 전 상호 : 대한부동산신탁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성기창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강봉수 외 3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 1. 7. 31. 선고 99나11557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제1심판결을 원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소외 주식회사 한성기린건설(이하 '채무자'라 한다)은 1994. 3.경 그 소유의 이 사건 토지에 자신이 직접 시행자 및 시공자가 되어 지하 7층, 지상 28층의 공동주택 547세대와 판매시설 200여 개의 이 사건 건물의 건축을 시작하였다.
(2) 원고들은 채무자로부터 특정 부분 공사를 도급받은 자들로서 약정기간 내에 공사를 완성하였다.
(3) 채무자는 이 사건 건물의 분양수입금으로 원고들을 포함한 수급인들 약 94개 업체에 공사대금을 결제해 왔는데, 1996. 12.경 이 사건 건축공사가 45.8%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이 사건 건물 중 아파트는 547세대 중 411세대(분양률 75%)가 분양되었으나, 상가는 200개 중 22개(분양률 9.45%)만 분양되어, 미지급 공사비는 2,761,864,000원이고, 미회수 지급 어음금은 7,382,780,000원에 이르게 되었고, 당시 채무자의 총 자산은 이 사건 건물부지 9,800,000,000원 상당을 포함하여 38,917,738,188원 상당인데 반하여, 부채는 이 사건 건축공사에 대한 미지급 어음금과 미지급 공사비를 포함하여 51,579,699,990원 상당이었다.
(4) 위와 같이 채무자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예상외로 상가의 분양실적이 저조한 관계로 부도의 위기에 처하여 공사를 추진할 수 없게 되자, 채무자는 자금융통의 편의를 위하여 1996. 12. 21. 피고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① 신탁목적 : 이 사건 토지를 피고에게 신탁하고, 피고가 이를 인수한다. 이 신탁의 목적은 위 토지 위에 이 사건 건물을 건설하고 토지와 건물을 신탁재산으로 하여 이를 분양(처분)하는 데에 있다.
② 신탁공시 : 채무자와 피고는 신탁계약체결 후 토지에 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신탁등기를 한다.
③ 건물의 건축 : 피고는 채무자로 하여금 건물을 건축하게 한다.
④ 건물의 인도 및 신탁공시 : 피고는 건물의 준공검사 후 지체없이 채무자로부터 건물을 인도받아 신탁재산으로 소유권보존등기 및 신탁등기를 행한다.
⑤ 건축주명의 변경 : 채무자는 토지신탁등기가 완료된 후 사업주체를 피고로 변경하는 절차를 취한다.
⑥ 소요자금의 조달 : 피고는 분양수입금과 15,000,000,000원의 범위 내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금원으로 소요자금을 조달하기로 한다.
⑦ 신탁자금의 집행 : 신탁자금은 1. 신탁재산에 대한 조세, 공과금 및 등기비용, 2. 피고의 차입금이자 상환 및 신탁보수, 3. 기타 신탁사업비, 4. 공사비의 50% 범위 내 해당금액, 5. 피고의 차입금 상환, 6. 잔여공사비, 7. 기타 비용의 순서에 따라 집행한다.
(5)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라 채무자는 이 사건 건축공사의 건축허가 명의를 피고로 변경하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하여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도 경료하였다.
(6)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에 따라 1996. 12. 23. 채무자와 이 사건 건물의 총 공사금액을 42,412,600,000원으로 하되 이미 기성완료한 금 19,910,459,000원을 공제하고 채무자가 그 기성부분 결재를 위하여 지급하여야 할 미지급 공사비 2,761,864,000원과 미회수 지급어음 7,382,780,000원에 잔여공사비 22,502,141,000원을 합한 32,646,785,000원을 도급금액으로 하고, 미지급 기성 10,144,644,000원의 지급은 1차 5,000,000,000원은 도급계약체결후 지급, 2차 금5,144,644,000원은 지급기일도래시, 인수후 추가 기성금부분금은 매 2개월 단위, 감리자의 확인과 도급자 기성검사 후 지급하기로 하고, 공사기간은 착공(인수후) 1996. 12.부터 준공 1997. 11.까지로 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채무자에게 공사대금 명목으로 1996. 12. 24. 4,500,000,000원을 지급한 것을 비롯하여 1997. 12. 16.까지 수차에 걸쳐 총 20,143,476,000원을 지급하였다.
(7) 그 후 이 사건 건물은 1997. 10. 25. 준공검사를 받고, 1997. 12. 9. 피고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경료되었다.
(8) 채무자는 1997. 12. 15.에서 같은 달 17. 사이에 총 1,130,000,000원을 결제하여야 하는데, 피고는 이 사건 건물의 상가가 분양이 되지 아니하는 데다가 분양금 2,700,000,000원이 입금된 소외 3·3종금사가 1997. 12. 3. 영업정지처분을 받아 위 금원을 인출할 수 없게 되고, 채무자에게 공사대금 명목으로 지원한 신탁지원금이 그 한도인 15,000,000,000원을 초과하였다는 이유로 채무자에게 자금지원을 중단하였고, 그 결과 채무자는 1997. 12. 17. 부도가 났다.
(9) 한편, 채무자가 부도처리된 1997. 12. 17. 당시 원고들의 채무자에 대한 공사대금잔여채권은 총 2,810,326,830원이다.
나.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이 사건 신탁계약 당시 부채가 자산을 훨씬 초과하여 이미 채무초과의 상태에 있었던 채무자가 원고들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한 채 그의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인 피고와 사이에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것은 이미 부족상태에 있는 공동담보를 한층 더 부족하게 한 행위로서 사해행위가 되고, 채권자들인 원고를 해함을 알고서 한 것이라고 추인되며,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신탁을 설정한 경우에는 채권자는 수탁자가 선의이더라도 민법 제406조 제1항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채무자가 비록 자금부족 상태에 있었지만 공사대금 채권자인 원고들뿐만 아니라 수분양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회사를 회생시킬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던 중 피고에게 신탁을 의뢰하였고, 이에 피고는 공사대금을 지원하여 채무자의 부도를 면하게 하고 원만히 공사를 진행하여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된다는 판단에 따라 신탁약정을 체결하였으며, 실제 위 신탁계약을 체결한 후에 채무자에게 원고들에 대한 공사대금을 전부 지급하여 채무자가 원고들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모두 변제하였으므로 채무자는 선의이고 이 사건 신탁은 사해신탁이 아니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신탁계약 체결 후 1996. 12. 24.부터 1997. 12. 16.사이에 채무자에게 합계 201억 원 이상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채무자가 이로써 원고들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변제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또 위 신탁계약체결 이전에 채무자의 피고에 대한 신탁의뢰 사실이 신문지상을 통하여 보도되고, 또 공사현장의 건물 외벽에 '대한부동산신탁'이라는 대형글씨를 써 붙였던 사실은 인정되나, 신탁관계가 대외적으로 공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신탁이 사해신탁이 아니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고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목적에 따라 토지를 인수하고 건물을 신축한 후 이를 분양하여 처분하고자 하였을 뿐 채무자에게 지급한 위 공사대금이 채권자들인 원고들을 비롯한 수급인에게 지급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일체 관여하지 아니하였고 실제로 원고들에게 지급된 바도 없으며, 채무자는 이 사건 공사 외에도 대구 달성주공아파트 신축공사, 부산 금정구 금사동 새마을금고 공사 등 다른 공사를 벌려 두어 부도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태에서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에게 신탁하고 피고로부터 수령한 위 금원을 공사대금의 지급에 사용하지 아니한 채 대부분 채무자가 발행한 당좌수표의 결제용 등 채무자를 위하여 사용하다가 급기야 부도를 내는 등 원고들의 공사대금 지급채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신탁을 이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이 사건 신탁이 사해행위인지에 관하여 본다.
(1) 앞서 본 신탁계약의 내용에 의하면, 건축중인 건물의 건축주명의와 그 대지의 소유명의가 피고로 변경되지만, 이를 바탕으로 채무자가 잔여공사에 대한 수급인으로 되어 피고로부터 잔여공사에 필요한 비용인 22,502,141,000원뿐 아니라 이미 완성된 부분에 대한 공사대금인 10,144,644,000원을 지급받기로 하였고, 채무자와 피고는 신탁부동산에서 발생한 분양금, 보증금, 신탁재산에 속하는 금전의 운용수익 및 이에 준하는 것도 신탁수익으로 하고(신탁계약 제12조, 제13조), 여기에서 채무자가 부담하기로 한 신탁계약 제18조의 제비용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매년 12월 말일과 신탁종료시에 신탁계산을 하여 그 수익을 채무자에게 교부하며(신탁계약 제20조), 피고는 신탁보수로 개발업무신탁보수는 공사도급금액 및 설계감리비의 100분의 3.5, 분양업무신탁보수는 분양수입금의 100분의 1을 취득하기로 한 사실(신탁계약 제21조)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이 사건 건물이 완공되지 아니할 경우 이미 분양받은 사람들에 대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까지 증가하게 되어 총 채무는 증가하는데도, 오히려 토지는 지상건물로 인하여 법정지상권 등의 부담이 발생할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은 공정률이 45.8%에 불과하여 강제집행이 용이하지 아니하므로, 적정 가격으로 매각될 가능성은 없는 등, 결국 책임재산은 줄어들고 채무만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던 반면에, 원심이 인정한 바에 따르더라도 채무자와 피고는 이 사건 신탁을 통하여 건물을 완공하여 분양할 경우 신탁계산 전의 예상분양수익만도 108억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실제로 수차에 걸쳐 피고로부터 공사완공에 필요한 201억 원 이상의 현금이 지급되어, 이로 인하여 건물이 완공될 수 있었다.
(2) 더구나 이 사건 신탁은 신탁법상의 신탁으로서, 신탁재산은 위탁자의 재산권으로부터 분리될 뿐만 아니라 수탁자의 고유재산으로부터 구별되어 관리되고( 신탁법 제22조, 제23조, 제30조, 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545, 86다카2876 판결, 2002. 12. 6.자 2002마2754 결정), 수탁자 고유의 이해관계로부터 분리되므로 수탁자의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로 되는 것은 아니어서 수탁자의 채권자가 신탁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도 없으며( 신탁법 제21조,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3다11134 판결), 심지어 수탁자의 고유재산이 된 것을 제외하고는 수탁자의 파산재단을 구성하지 아니하는 등( 신탁법 제22조) 독립성을 갖게 되고, 또한 신탁의 공시를 한 신탁재산을 수탁자가 신탁의 본지에 위반하여 처분한 때에는 수익자는 상대방 또는 전득자에 대하여 그 처분을 취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탁법 제52조), 신탁행위로 정한 사유가 발생한 때 또는 신탁의 목적을 달성하였거나 달성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신탁은 종료하고( 신탁법 제55조) 신탁이 종료된 경우에 신탁재산의 귀속권리자가 신탁행위에 정하여 있지 아니한 때에는 그 신탁재산은 위탁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귀속하는데( 신탁법 제60조), 이 사건 신탁계약에서는 '신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신탁의 목적을 달성한 경우, 신탁기간이 만료한 경우'에는 신탁이 종료하고(신탁계약 제24조), 신탁종료시에는 일정한 방법으로 신탁재산을 수익자(채무자)에게 반환하기로 한 사실(신탁계약 제25조)을 인정할 수 있다.
(3) 그리고 피고는 신탁업법에 의하여 설립된 신탁회사로서 일정한 자본금을 갖추어야 하고, 관할관청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신탁업법 제2조, 제3조, 제4조및 제5장 참조), 또한 신탁의무의 위반으로 인하여 수익자에게 생기게 될 손해의 담보로서 일정한 금액에 상당하는 현금 또는 국채를 공탁하여야 하고, 이 공탁금 또는 공탁물에 대하여는 수익자의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등( 신탁업법 제16조, 제17조), 관계법에 의하여 위탁자(신탁설정자)나 수익자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4) 이처럼 이 사건 신탁으로 인하여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지만, 이 사건 신탁은 신탁법상의 신탁으로서 신탁재산을 소비하기 쉽게 현금화하는 것이 아니고, 부동산등기부의 일부인 신탁원부에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 등과 신탁의 목적, 신탁재산의 관리방법, 신탁종료 사유, 기타 신탁의 조항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결국 신탁에 관한 모든 사항이 공시되어 위탁자의 채권자도 위탁재산의 운용상태를 확인·감시할 수 있고, 심지어 이 사건 신탁이 이루어졌음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도 공시되었다.
따라서 위탁자의 채권자들인 원고들로서는 쉽사리 신탁계약의 내용을 알 수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 위탁자 겸 수익자인 채무자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을 공사대금이나 신탁수익, 또는 신탁종료 후 반환받을 재산을 집행재산으로 삼을 수 있었고, 그 책임재산으로서의 가치는 결코 신탁 전의 신탁재산의 가치보다 적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5) 따라서 원심은 이 사건 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가 45.8%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의 집행가능한 책임재산으로서의 이 사건 토지 및 미완공 건축물의 가치와 채무자가 이 사건 신탁을 통하여 이 사건 토지 위에 이 사건 건물을 완공·분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재산적 가치에 대하여 심리하여 이를 비교형량하였어야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채무자의 사해의사에 관하여 본다.
(1) 원심은 피고가 채무자에게 지급한 공사대금을 채무자가 원고들을 비롯한 하수급업체들에게 지급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채무자가 발행한 당좌수표의 결제에 사용하였다고 하면서, 그러한 점을 이유로 채무자가 이 사건 신탁을 이용하여 원고들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채무를 회피하려고 한 사해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판단함에 있어 사해행위 당시의 사정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나, 사해행위라고 주장되는 행위 이후의 채무자의 변제 노력과 채권자의 태도 등도 사해의사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다른 사정과 더불어 간접사실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인바( 대법원 2000. 12. 8. 선고 99다31940 판결), 원고들은 채무자가 부도처리되기 이전인 1997. 12. 15.까지의 지급기일로 된 채무자의 어음에 대해서는 모두 결제를 받은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으며,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의 하수급업체들은 일반적으로 3~4개월 이후의 시점을 만기일로 한 어음을 공사대금으로 지급 받아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원고들을 비롯한 하수급업체들은 채무자로부터 적어도 신탁계약 체결 당시까지 지급되지 않고 있던 공사대금은 물론 신탁계약 이후에 발생한 공사대금까지 신탁계약 체결 이후에 계속 변제받아 왔음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물변제로써 이 사건 건물의 일부를 분양받기도 하였고, 채무자 부도 후에는 채무자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신탁계약에 의한 신탁수익권을 양수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채무자가 피고와의 이 사건 신탁계약 체결 이후에 계속적으로 원고를 비롯한 하수급업체들과 일반채권자들에게 채무를 변제해 온 사실에 비추어, 채무자가 피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한 것은, 당시 보유하고 있던 자산만으로는 도저히 원고들을 비롯한 하수급업체들과 일반채권자들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수 없고, 이 사건 건물이 완공되지 못하면 수분양자들마저 그 권리를 잃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완료하는 것이 원고들을 비롯한 채권자들과 수분양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질 뿐, 이 사건 신탁을 이용하여 원고들의 채무를 회피하고자 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3) 또한 비록 채무자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공사대금을 원고들에게만 지급한 것이 아니고, 그 중 일부를 채무자의 당좌수표의 결제 등에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채무자의 다른 공사현장의 하수급업체들과 일반채권자들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은 원고들뿐만 아니라 다른 공사현장의 하수급업체들 및 일반채권자들에 대해서도 공동담보인 재산임이 분명하고, 사해의사 여부는 일반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판단되어야 하는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채무자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공사대금을 이 사건 건물 신축현장의 하수급업체들인 원고들에게 모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인정할 수는 없다.
다. 결국 이 사건 신탁은 채무자가 이 사건 토지에 집합건물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던 중 이미 일부가 분양되었는데도, 공정률 45.8%의 상태에서 자금난으로 공사를 계속할 수 없게 되자, 건축을 계속 추진하여 건물을 완공하는 것이 이미 분양받은 채권자들을 포함하여 채권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자신도 채무변제력을 회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탁업법상의 신탁회사인 피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한 것으로서, 자금난으로 공사를 계속할 수 없었던 채무자로서는 최대한의 변제력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이었고 또한 공사를 완공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판단되므로,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채무자의 이 사건 신탁행위를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해행위, 사해신탁 및 신탁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정당하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윤재식 강신욱(주심) 고현철(출처 : 대법원 2003.12.12. 선고 2001다57884 판결[사해행위취소등] > 종합법률정보 판례)